
- 市 동상 민간위탁 내세워 무관심
- 구도 문화콘텐츠 창조에 등한시
- 롯데, 제막식 앞 행사 부스 차려
- 부산시의회 동상 관리 팔 걷어
- 최동원 기념 조례 발의 등 검토
지난 24일 부산 사직구장 앞을 지키는 고 최동원 선수 동상이 12년 만에 새 옷을 입었다. 새로 단장한 부산 야구 영웅은 늠름했지만 ‘옷 한 벌’ 다시 입기까지 부산시와 롯데 자이언츠가 보인 무관심에 아쉬움이 남는다.
최동원 선수 동상은 최동원 기념사업회 주도로 2013년 건립됐다. 기념사업회는 시민 성금을 모아가며 어렵사리 동상을 세웠다.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세워진 야구인 동상이다. 한국 야구사의 자랑이자 ‘구도 부산’을 대표하는 문화콘텐츠다. 그러나 칠이 벗겨지고 곰팡이가 펴서 착색이 돼 야구팬들이 안타까워하는데도 시와 롯데는 관심이 없었다. 결국 최동원 기념사업회가 어렵사리 다시 성금 1200만 원을 모아 복원을 진행했다. 이번 복원 때도 시와 롯데의 존재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민간 위탁했으니 그만이란 부산시
최동원 선수 동상이 건립된 뒤 기념사업회는 동상을 시에 기부 채납했다. 동상 소유권은 시로 넘어갔다. 현재 사직구장을 관리하는 체육시설관리사업소가 동상을 맡고 있다. 건립 후 1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 유지·보수를 할 법도 하지만 체육시설관리사업소에는 관련 계획도, 예산도 없다. 사직구장을 포함해 최동원 선수 동상 소유권은 시에 있지만 관리 의무를 롯데에 넘겼다는 이유에서다.
시 주장은 일견 타당하다. 하지만 내막을 조금만 더 살펴보면 시 행정이 안타깝고 답답할 따름이다. 비록 직접적인 운영과 관리 의무가 롯데에 넘어갔다고 해도 시는 동상의 주인으로서 동상의 세심한 관리와 적극적인 유지·보수를 롯데에 요구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 시는 최동원 선수 동상 관리를 위한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않았다. 시 관계자는 “최동원 선수 동상은 사직구장 내 시설물 중 하나이지,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유물이 아니잖아요”라고 말한 데서 보듯 동상이 지니는 가치에 관한 인식은 없었다. 최동원 동상 관리와 관련 문화 콘텐츠 창조에는 특별한 움직임이 없는 셈이다.
■롯데 자이언츠는 뭐했나
롯데는 시로부터 사직구장 관리를 일임받았다. 따라서 최동원 선수 동상을 관리해야 하는 당사자다. 게다가 롯데는 최동원 선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팀이다. 롯데는 지난해 입장 매출 등으로 110억 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그러나 동상 건립 후 롯데가 직접 돈을 써서 동상을 유지·보수한 사례는 없다. 물론 2013년 동상 건립 당시 1억 원을 기부했지만 이번 복원 공사 때는 기부금을 지출하지 않았다. 현재 롯데가 동상 관리를 위해 하는 일은 매일 아침 1회 위탁 업체를 통해 동상 주변을 청소하는 게 전부다.
지난 24일 제막식 당시 다소 이해할 수 없는 모습도 펼쳐졌다. 제막식이 진행될 공간 인근에 롯데는 응원봉을 나눠주는 부스를 차려놓았다. 응원봉을 주는 행사는 제막식 전날인 23일부터 진행됐다. 제막식을 방해할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제막식이 진행되는 동안이라도 행사를 잠시 멈추거나 부스 위치를 바꾸는 배려는 보이지 않았다.
■최동원 동상 관리 나선 시의회
동상 관리에 시와 롯데가 소홀하자 부산시의회가 나섰다. 시의회 송상조 행정문화위원회 위원장은 “최동원 선수 동상은 단순한 동상을 넘어 부산 야구 자존심이자, 부산 야구의 독보적인 문화콘텐츠다. 시는 물론 롯데는 동상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마땅하다”며 “시의회가 나서 시와 롯데가 동상을 소홀히 관리하지 않도록 주문하겠다. 재건축되는 사직구장 이름을 ‘최동원 구장’이라고 이름 붙이고, 최동원 선수를 기리고 지역 야구 유망주 육성을 위한 조례 제정도 함께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