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구덕운동장 찾아 조형물 닦고 동상 주변 청소
최동원 선수 모친 김정자 씨 “아들 후배 선수 보며 자식같은 마음”
고 최동원 선수 12주기를 사흘 앞둔 11일 부산 서구의 구덕운동장 인근 작은 꽃밭에 마련된 최 선수를 기념하는 조형물 앞. 구순을 바라보는 한 어르신이 마른수건으로 정성스럽게 조형물을 닦고 주변을 청소했다.
주인공은 롯데 자이언츠의 투수로 활약했던 고 최동원 선수의 모친이자 롯데자이언츠 야구팬들의 어머니인 김정자(89) 여사다.
‘무쇠팔’ 최동원은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혼자 4승을 일궈내며 롯데의 창단 첫 우승을 이끌었던 전설의 투수다. 후배인 선동열 전 기아 감독과의 맞수로도 유명했다. 대장암으로 투병하다가 2011년 9월14일 눈을 감았다. 당시 53세였다.
12일 최동원기념사업회에 따르면 김 여사는 매주 월요일 이곳을 찾아 아들 조형물을 닦고 주변을 청소한다.
조형물 옆에는 1984년 롯데자이언츠가 우승할 당시 최동원 선수의 기뻐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도 전시돼 있다. 김 여사는 매번 사진을 한참 멍하니 바라보다 돌아간다.
김 여사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도 매주 월요일 부산 서구종합사회복지관에서 19년째 장애인 어린이 인지교육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봉사활동 전후로 김 여사는 한 주도 빠지지 않고 마을버스를 타고 아들이 활약했던 구덕운동장을 찾아가 조형물을 어루만지고 사진을 보며 아들을 그리워하고 기억한다.
주변을 청소하는 이유는 혹시나 아들을 보러오는 야구팬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김 여사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사직야구장에 동상이 생겼을 때 일주일에도 몇번을 찾아갔지만 이제는 건강이 허락하지 않아 자주 가지 못한다”며 “대신 봉사활동을 하러 복지관에 갈 때마다 2㎞ 떨어진 구덕운동장을 마을버스를 타고 매주 찾는다”고 말했다.
김 여사의 롯데자이언츠와 야구 사랑은 특별하다.
그는 최근 건강이 악화하기 전까지 사직야구장에 있는 최 선수 동상을 닦는 모습이 자주 포착돼 야구팬들의 마음을 울리기도 했다.
올해 최 선수의 생일날 김 여사가 동상에 놓고 간 편지가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부산에서 열린 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 깜작 시상자로 그라운드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아들의 후배 선수들에게도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김 여사는 “롯데 선수들을 보면 자식처럼 마음이 쓰인다”며 “경기를 하다보면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지만 안 다치고 건강하게 시즌을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이날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리는 최동원 선수 12주기 행사에도 참석했다. 스카이데일리·연합뉴스